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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서로 위험을 알릴까? 눈에 보이지 않는 식물들의 특별한 신호

by sweetlemontree 2026. 10. 26.

화분에 심어둔 식물이나 길가에 자라는 나무를 보면 식물은 언제나 조용해 보입니다.

바람이 불면 잎이 흔들리고, 햇빛을 받으며 자라고, 계절이 바뀌면 꽃을 피우거나 잎을 떨어뜨립니다.

그런데 식물이 살아가는 환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가 나타나기도 하고, 진딧물이 줄기에 붙어 수액을 빨아 먹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나 가뭄, 병원균의 침입도 식물이 겪는 어려움입니다.

동물이라면 위험한 장소에서 도망치거나 소리를 내어 다른 개체에게 위험을 알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식물은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식물은 위험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까요?

더 흥미로운 질문도 있습니다.

한 식물이 해충의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주변의 다른 식물이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실제 식물 연구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일부 식물은 해충에게 공격받거나 조직이 손상되면 공기 중으로 특정 화학물질을 내보냅니다. 주변 식물은 이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방어와 관련된 생리적 반응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식물 사이의 화학적 신호 전달 또는 식물 간 상호작용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조용한 식물들이지만, 그 주변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이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1.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으면 식물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식물의 잎에 작은 구멍이 생겨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잎 가장자리만 조금 뜯겨 있지만 며칠 뒤 다시 살펴보면 구멍이 더 커져 있거나 잎의 상당 부분이 사라져 있기도 합니다.

잎 뒷면을 살펴보면 작은 애벌레나 다른 곤충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흔한 자연의 모습이지만 식물의 입장에서는 생명 활동에 중요한 잎이 손상되는 상황입니다.

잎은 광합성이 이루어지는 주요 기관입니다.

식물은 잎을 통해 빛에너지를 이용하고, 이산화탄소와 물로 성장에 필요한 유기물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잎이 심하게 손상되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고, 경우에 따라 식물의 생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식물은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는 동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식물은 조직이 손상되었을 때 이를 감지하고 다양한 방어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잎의 세포가 손상되면 세포막의 상태와 이온의 이동에 변화가 생깁니다. 이러한 변화는 식물 내부의 전기적 신호나 칼슘 신호, 식물호르몬의 작용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식물이 해충의 공격을 받았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물호르몬 가운데 하나가 자스몬산입니다.

자스몬산은 식물의 방어 반응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물질입니다.

식물은 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자스몬산과 관련된 신호 전달 과정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특정 방어 유전자의 발현이나 방어물질의 생산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식물은 잎이 단순히 찢어진 상황과 곤충이 실제로 잎을 먹는 상황에 서로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곤충이 잎을 갉아 먹는 과정에서는 식물 조직의 손상뿐 아니라 곤충의 침이나 구강 분비물 등에 포함된 물질도 식물과 접촉할 수 있습니다.

식물은 이러한 물질을 감지하면서 방어 반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잎의 손상이 똑같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해충의 종류와 식물의 종류, 공격받은 정도에 따라 방어 반응에는 차이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식물은 내부에서만 방어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식물은 공격받았을 때 공기 중으로 특정 화학물질을 방출합니다.

이러한 물질을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Volatile Organic Compounds'라고 하며, 약자로 VOCs라고 부릅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비교적 쉽게 기체 상태로 이동할 수 있는 유기화합물을 말합니다.

식물이 내보내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잎이 손상되었을 때 발생하는 풋내와 관련된 물질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우리가 풀을 베거나 잎을 찢었을 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초록색 풀냄새를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냄새와 관련된 물질 가운데는 그린 리프 볼라타일(Green Leaf Volatiles), 즉 녹색 잎 휘발성 물질이라고 부르는 화합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헥세날, 헥세놀 등의 계열에 속하는 물질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물질들은 식물의 조직이 손상될 때 빠르게 생성되거나 방출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맡는 모든 풀냄새가 위험을 알리기 위한 신호라는 뜻은 아닙니다.

식물이 만들어내는 휘발성 물질은 종류와 기능이 매우 다양하며, 어떤 물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식물과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일부 휘발성 물질은 식물의 방어와 관련된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물질은 해충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특정 화합물은 곤충이 식물을 먹거나 접근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고, 다른 화합물은 곤충을 잡아먹는 천적을 유인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물질은 주변 식물의 방어 반응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부분에서 식물 사이의 특별한 상호작용이 나타납니다.

한 식물에서 방출된 화학물질이 공기 중으로 퍼지고, 주변에 있는 다른 식물이 그 물질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주변 식물은 그 물질의 종류와 농도, 자신의 생리적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식물이 위험을 알린다'고 표현하는 현상은 바로 이러한 화학적 상호작용을 가리킵니다.

식물이 소리로 외치는 것은 아니지만, 손상된 조직에서 방출되는 물질이 주변 환경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옆에 있는 식물도 위험을 알아차릴까? 공기 중으로 전달되는 보이지 않는 신호

한 식물이 애벌레에게 잎을 갉아 먹히고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옆에는 아직 해충의 공격을 받지 않은 다른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두 식물은 서로 떨어져 있고 줄기나 잎이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격받은 식물에서 특정 휘발성 물질이 방출되면 주변 식물도 그 물질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과연 주변 식물은 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질문을 연구해 왔습니다.

식물 사이에서 공기 중의 화학물질을 통해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의 연구에서는 곤충의 공격을 받은 나무 주변에 있는 다른 나무에서 방어와 관련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당시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환경 요인의 영향을 충분히 구분했는지에 관한 논쟁도 있었습니다.

이후 실험 방법이 발전하면서 식물이 다른 식물에서 방출된 휘발성 물질에 실제로 반응할 수 있다는 증거가 점차 축적되었습니다.

특히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는 이러한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주었습니다.

일본 사이타마대학교 등의 연구진은 애기장대라는 식물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애기장대는 식물의 성장과 유전자를 연구할 때 널리 사용되는 작은 식물입니다.

연구진은 손상된 식물에서 나온 휘발성 물질을 손상되지 않은 애기장대에 노출시켰습니다.

그리고 주변 식물의 세포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칼슘 이온입니다.

칼슘 이온은 식물 세포에서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신호 전달 과정에 관여합니다.

식물이 특정한 자극을 감지하면 세포 안의 칼슘 이온 농도가 변할 수 있고, 이러한 변화는 이후의 생리적 반응과 연결됩니다.

연구진은 칼슘 신호가 나타날 때 형광이 변화하는 실험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그 결과 손상되지 않은 애기장대가 주변에서 방출된 휘발성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잎의 세포에서 칼슘 신호가 나타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잎의 기공을 조절하는 공변세포 등에서 빠른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이후 잎 내부의 다른 세포에서도 칼슘 농도 변화가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은 특정 녹색 잎 휘발성 물질이 이러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대표적으로 (Z)-3-헥세날과 (E)-2-헥세날 같은 물질이 실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물질에 노출된 식물에서는 칼슘 신호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방어에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 변화도 관찰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식물이 주변에서 방출되는 특정 휘발성 물질을 감지하고 세포 수준에서 반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주변 식물이 위험 물질을 감지했다고 해서 반드시 곧바로 강한 방어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식물의 반응에는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어떤 식물은 휘발성 물질에 노출된 뒤 방어 관련 유전자의 활동이 변화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이후 실제 해충의 공격을 받았을 때 방어 반응이 더 빠르거나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미리 특정 자극에 노출되어 다음 공격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현상을 '방어 준비' 또는 '프라이밍(priming)'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식물이 주변 식물에서 나온 화학물질에 노출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순간 모든 방어 작용이 최대로 활성화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실제 해충이 공격했을 때 자스몬산과 관련된 방어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2019년에 발표되어 2020년 학술지에 게재된 담배속 식물 연구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은 특정 애벌레에게 공격받은 식물에서 나온 휘발성 물질에 다른 식물을 노출시켰습니다.

이후 모의 해충 공격을 가했을 때 미리 휘발성 물질에 노출된 식물에서 방어와 관련된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실험 조건에 따라 자스몬산의 축적과 휘발성 물질 방출이 대조군보다 약 2~4배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식물에서 방어력이 2~4배 높아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특정 식물과 해충, 실험 조건에서 관찰된 생리적 반응의 차이입니다.

그렇다면 식물은 이러한 정보를 얼마나 멀리 전달할 수 있을까요?

이 역시 하나의 거리로 정하기 어렵습니다.

휘발성 물질은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농도가 낮아집니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 주변 온도, 습도, 식물 사이의 거리 등에 따라 실제로 주변 식물이 노출되는 물질의 양도 달라집니다.

가까이 있는 식물이라도 바람의 방향에 따라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고, 특정한 환경에서는 조금 떨어진 식물에까지 물질이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식물들이 숲 전체에 일정한 거리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실제 자연에서는 여러 환경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식물 사이의 화학적 상호작용도 복잡하게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은 분명합니다.

한 식물에서 방출된 물질이 주변 식물의 생리적 반응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로 뿌리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 직접 닿아 있지 않더라도 공기 중의 화학물질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3. 식물은 위험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도움도 요청할까? 곤충까지 연결되는 자연의 방어 전략

식물의 화학적 신호를 이해할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그 영향이 주변 식물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식물은 해충에게 공격받았을 때 방출하는 화학물질을 통해 다른 곤충의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물의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가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애벌레는 식물에게 피해를 주는 초식성 곤충입니다.

그런데 자연에는 이러한 애벌레를 잡아먹거나 애벌레 몸속에 알을 낳는 천적 곤충도 존재합니다.

식물에서 나오는 특정한 휘발성 물질은 이러한 천적 곤충이 먹이나 숙주를 찾는 데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기생벌입니다.

기생벌 가운데 일부 종류는 다른 곤충의 몸 안이나 몸 위에 알을 낳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숙주 곤충의 몸을 이용해 자랍니다.

기생벌은 애벌레를 찾기 위해 여러 감각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데, 식물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물질도 그중 하나입니다.

애벌레가 식물을 갉아 먹으면 식물은 특정한 화학물질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이 물질이 공기 중으로 퍼지면 일부 기생벌은 그 냄새를 단서로 애벌레가 있는 식물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식물이 자신을 공격하는 해충의 천적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은 '식물의 구조 요청'이라는 표현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식물이 기생벌에게 의식적으로 도움을 청하거나 자신을 구해 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식물이 해충의 공격에 반응해 화학물질을 방출하고, 다른 생물이 그 물질을 감지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생태적 상호작용입니다.

식물의 방어와 관련된 화학물질은 주변 식물뿐 아니라 다양한 곤충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어떤 화합물은 초식성 곤충에게 기피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어떤 물질은 천적 곤충을 유인하는 데 관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물질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곤충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이러한 관계를 생태학에서는 식물과 초식동물, 천적 사이의 삼자 상호작용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식물이 해충에게 공격받는 상황이 다른 곤충의 행동과 연결되는 것입니다.

2011년 'Annual Review of Entomology'에 발표된 종설 논문에서도 해충의 공격을 받은 식물이 방출하는 휘발성 물질과 천적 곤충의 행동 사이의 관계를 폭넓게 정리했습니다.

다만 식물이 방출하는 화학물질이 실제 자연에서 언제나 천적을 유인하고 식물을 보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식물의 종류와 해충의 종류, 기온과 바람, 주변 곤충의 분포 등 여러 조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천적이 찾아왔다고 해서 반드시 해충의 피해가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관계가 식물의 생존과 번식에 얼마나 유리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실제 자연환경에서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복잡한 화학적 상호작용을 우리가 일상에서도 관찰할 수 있을까요?

사람이 눈으로 직접 화학 신호를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식물과 곤충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변화를 살펴볼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분에 키우는 식물의 잎이 갑자기 손상되었다면 잎 뒷면이나 줄기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애벌레나 진딧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주변 식물에도 비슷한 해충이 발생했는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식물들이 서로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았는지 직접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식물이 자라는 장소와 해충의 발생, 주변 생물의 관계를 함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식물의 화학적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잎을 찢거나 해충을 옮겨놓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식물의 반응을 정확하게 알아보려면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 특정 화학물질의 농도나 유전자 발현 등을 분석해야 합니다.

집에서 단순히 잎을 손상시키는 것만으로는 식물 사이에 경고 신호가 전달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식물들은 서로 협력하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는 신중하게 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 식물 사이의 화학적 상호작용이 확인되었지만, 이를 인간 사회의 협력이나 의사소통과 완전히 같은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손상된 식물이 내보내는 화학물질은 자기 몸의 방어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 식물은 그 물질을 감지해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관계를 설명할 때 '신호'와 '단서'라는 개념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신호는 보내는 개체와 받는 개체 사이의 진화적 기능까지 고려하는 개념인 반면, 단서는 한 개체가 의도적으로 전달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개체가 정보를 얻는 데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식물이 화학물질을 방출했다고 해서 반드시 주변 식물을 돕기 위해 만들어낸 신호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주변 식물이 다른 식물의 상태를 화학적 단서로 알아차리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식물 사이의 휘발성 물질 상호작용을 다룬 여러 연구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식물의 이러한 능력을 농업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연구자들은 작물이 해충의 공격을 감지하고 방어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휘발성 물질을 이용해 작물의 방어 반응을 미리 준비시키거나 해충의 천적을 유인하는 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이 발전하면 일부 농업 환경에서 해충 관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확인된 효과가 실제 농업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넓은 밭에서는 바람과 온도, 작물의 생육 상태, 다양한 해충과 천적의 존재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식물의 화학적 신호를 이용한 기술은 효과와 안전성, 실제 적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식물의 의사소통이라는 표현은 흥미롭지만, 그 안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식물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방식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입니다.

식물은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지만 외부의 변화를 감지하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생리적 반응을 나타냅니다.

때로는 그 반응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이 주변 식물이나 곤충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다음에 숲이나 공원을 걷게 된다면 나무와 풀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주변 환경을 통해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우리가 보기에는 조용히 자라고 있는 식물이지만, 그 주변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적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식물은 사람처럼 말로 위험을 알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식물은 공격받았을 때 특정 화학물질을 방출하고, 주변 식물은 이를 감지해 방어 반응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동안 식물을 움직이지 않고 조용한 존재로만 생각했다면, 이번 이야기를 통해 조금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